색깔로 옷 고르기

Posted at 2007/01/25 22:10// Posted in 스크랩/칼럼
ⓒ 2007 Alex Darby

"Cloth" by Alex Darby 2007 UK


색깔로 옷 고르기

글 : 서정윤(시인)
발췌 : 교보생명 월간지 "다솜이" 中..생활에세이 편.


  요즘은 한 영화관에서 여러 편의 영화를 동시에 보여주니까 좋은 점이 많은것 같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 갔다. 아내는 멜로영화를 보러 들어가고, 나는 중국무협영화를 봤다. 그리고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 만났다. 휴대폰이 있으니 그것 또한 편리했다. 아내와 함께 점심을 먹고는 예정된 코스를 돌았다.

  아내는 백화점에 겨울옷을 봐 놓은 것이 있다며 나에게 봐달라고 했다.  내가 몇 번 옷을 골라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기에 이제는 아예 대놓고 옷을 사는데 나를 데리고 다닌다. 뭐, 감각이 있대나 어떻대나 하면서...,

  매장에 가서 봐 두었다는 옷을 입어 보았다. 갈색이었다.
  아내는 갈색을 좋아해서 유난히 갈색 옷이 많았다. 갈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물을 바위처럼 듬직한 모습으로 받아들여 사람들을 격려해준다. 진실한 정신이 행동의 지침으로 내가 먼저 행동하는 형이다. 위험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재능이 있고, 모든 일들을 질서정연하게 해치운다' 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옷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내는 얼른 내 표정을 이해하고는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다음에 고른 옷은 회색이었다. 회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물을 대할 때 신중하고 항상 성실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분별력이 있어 세련된 성격이다. 늘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성격' 이라고 한다.
 
  나는 아내에게 좀 밝은 색의 옷을 권해보았다. 빨간색의 옷을 집어 들자 아내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관심사에 대해 종종 고민하는 일없이 과감하게 덤벼든다. 사업의욕도 왕성하다. 또, 눈에 띄는 특징으로서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조금이라도 잘못되는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나 세상 탓으로 돌려버린다. 생활은 자극적인 행복감을 원하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뭔가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으니 상당한 자제가 필요하다.

  빨간색은 확실히 체력, 건강, 생명력을 상징하는 색이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외향적이고 적극적, 정력적, 충동적인데,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 사람도 빨간색을 좋아 한다. 게다가 야심적인 성격도 있어서 가끔 앞뒤 안 가리고 행동을 하는 일도 있다. 사람들을 비난하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를 잘한다. 아내는 그러한 빨간색이 싫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빨간색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읽어주었다.

'빨간색이 싫다면 꽤나 통속적이고 욕구불만에 찬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과거에 어느정도 좌절했던 경험이 있고, 항상 모든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그 한이 쌓여 곧잘 성을 내곤 한다. 결국 생명력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심신이 모두 피로에 지쳤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아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내가 가진 프린트 물을 넘겨보았다. 나는 내친김에 그 다음에 있는 핑크색도 읽어주었다. 매장의 점원 아가씨가 웃으며 우리쪽을 돌아보았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타입은 대부분 딜레탕트(아마추어 평론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충분한 교육을 받았으며 유복하게 생활한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부드러우며 인품이 좋다. 짙은 핑크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과 비슷해서 열정적이고 강렬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감정으로 친구를 배제하는 일은 없으며 넓은 도량과 진심으로 다독거리며 이해해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상처받기 쉬운 타입이다. 아울러 핑크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지켜주기를 바라는 의타심이 강하며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어한다. 적극적으로 애정을 요구하며, 자신이 세밀하고 상처받기 쉬우며 다치기 쉬운 사람이라고 남들이 봐주길 바란다.'

  이제 아내는 옷 고르는 것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어진 것 같았다. 나는 프린트 종이를 접어넣으며 아내애게 다음 옷을 고르라고 했다. 아내는 내가 그러니까 더 못 고르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린색은 조화와 균형을 상징하는 색으로 희망, 회복, 평화를 나타내며 기품있고 성실한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린을 좋아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솔직하고 사회의식이 있으며 도덕심이 풍부해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벗어나지 않는다.

  약간 말이 많은 단점도 있으나 그들은 꽤나 사교적이고 군집성이 있는데 사실은 농촌의 조용함과 평화 쪽을 더욱 사랑한다. 하지만 그린색의 단점은 색이 잘 바란다는 것이다. 조금만 입으면 색이 바라져서 헌옷처럼 되어버린다.

  결국 우리는 옷을 고르지 못했다. 옷을 살때는 색상과 디자인 그리고 실용성까지 모두 봐야 하는데 색상만 가지고 따지고 있으니 어찌 좋은 옷을 고를 수가 있겠는가. 옷은 한마디로 한눈에 확 들어와야 한다. 부드러운 가운데 눈에 띄는 옷이 정말 좋은 옷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내에게, 다음에는 반드시 좋은 옷을 골라주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그날의 위기를 모면했다.
2007/01/25 22:10 2007/01/2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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