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죽일 놈의 부동산

Posted at 2007/01/27 12:34// Posted in 스크랩/칼럼

ⓒ 장원선

by 장원선


  오랜만에 만난 친구 한 명이 내게 이런 얘길 했다.

  “너 트렌드 칼럼에 왜 그런 것만 쓰니. 진짜 트렌드가 뭔 줄 알아?”

 그녀의 말에 의하면 21세기 최고의 트렌드는 ‘돈’ 버는 일이고, 모든 트렌드는 ‘돈 되는 일’에서 파생된다는 소리였다. 실제 요즘 젊은 애들을 붙잡아놓고 물어보면 최고의 관심은 인터넷 창업이나 재테크 같은 것인데 왜 엉뚱한 소리만 하냐는 소리다. “돈 얘길 써. 근데 너희 집값을 올랐니?” 이상은의 노래 제목처럼 외롭고 웃긴 가게에 앉아 서른 넘은 우리는 참 처량 맞은 부동산 얘기들을 했다.

  솔직히 나는 부동산 관련 기사만 봐도 현기증이 난다. 나 같은 소설가가 투자할 돈 같은 게 있을리도 없지만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 말하고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 똑같아서 어떨 땐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어째서 모두 강남에 목을 매고, 아파트에만 열광하며, 집을 주거가 아닌 투자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걸까. ‘강남입성’ 같은 황당한 말이 통용되는 것도 그렇다. 입성이란 말은 성에 들어갈 때나 쓰는 말 아닌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서울의 웬만한 성곽은 다 강북에 있다. 장학금을 신청했다 퇴짜 맞은 유학생 얘기는 점입가경이다. 그는 성, 그러니까 (롯데)캐슬에 산다는 이유로 장학금을 거절당했단다. 외국인들에게는 성에 사는 사람이 장학금 신청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던 것이다.

  나는 부동산에 대해서 사람들이 좀 다른 시각도 가졌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문화적인 마인드 같은 것 말이다. 실제 뉴욕 부동산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건 아티스트들이다. ‘뉴요커’란 책에 보면 이와 관련된 재밌는 인터뷰가 나온다. “뉴욕의 예술가들은 무슨 미생물 같아요. 가장 더럽고 후진 지역에 들어가서 더러운 거 다 먹어치우고 깨끗하게 해놓으면 땅값은 올라버리고, 그리고 나면 또 다른 더러운 곳을 찾아 떠나야 하죠!” 과거 집세가 쌌던 뉴욕의 소호나 첼시, 윌리엄스버그까지 가난한 아티스트들의 작업실이 밀집해 있던 곳에 고급 주택과 레스토랑, 클럽들이 들어왔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예술과 문화의 표면을 좋아하는 여피들이 이곳을 자신들의 아지트처럼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럼 세상에서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 사람이 예술가란 말인가? 과정상 그렇지만 결론적으로는 그 반대다.

  오랫동안 삼청동에서 재밌는 작업을 했던 한 친구는 5배 가까이 뛰어버린 건물세 때문에 고민이 크다. “여기가 원래 철학관 자리였는데, 이젠 이 골목에만 패션 관련 숍이 14개나 되어요.” 삼청동의 메인 스트리트는 이미 프렌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점령해 버렸고 이런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삼청동이 인사동처럼 될까봐 겁이 나요.” 나 역시 그의 말에 공감한다. 특유의 색채를 잃고 골목 마다 티벳이나 중국산 제품들이 들어찬 인사동처럼 말이다.

  얼마 전 삼청동에서 효자동으로 자릴 옮긴 갤러리 팩토리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다. 팩토리의 홍보라 관장에 의하면 최근 효자동의 팩토리 골목 주변에도 상업 갤러리를 내려는 움직임들이 많이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인사동의 부산함이 싫어 삼청동으로 올라왔던 사람들이 이제 삼청동을 떠나고 있다. 높은 집세를 견디지 못하고 효자동 주변과 부암동 일대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성북동이나 평창동 주택가들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갤러리나 카페를 보더라도 그렇다. 이곳에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다양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걸 보면 징후는 더 뚜렷하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 CF에서 보이는 독특한 공간들의 대부분이 그런 곳에서 찍히고 있다. 핫 스팟이 청담동에서 효자동이나 부암동 같은 강북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팝아트적인 분위기가 살아 있던 홍대가 상업주의의 폭격을 맞아 흥청망청해지는 걸 보면 나는 화가 난다. 클럽 주인들이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인디 문화의 산실이었던 클럽 문을 닫고, 가난한 예술가들은 점점 상수동 쪽으로 이동 중이다. 말 그대로 노마드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한 예술가는 ‘희생양’이란 얘길 하기도 했다. 예민한 더듬이로 찾아낸 신선한 거리와 골목이 상업화로 부패하고, 정착민이었던 자신들은 결국 떠나야만 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자학적인 성찰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희생양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야 말로 상업적 획일성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끊임없이 먹어 치우는 건강한 미생물들이니까 말이다.

  강남일변도로 나가는 기사는 폭력적이다. 같은 동네에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계급을 나누는 학군 이야기도 섬뜩하다. 그러니 이 죽일 놈의 부동산이란 얘기가 말끝마다 나오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사랑 때문이 아니라 집값 때문에 죽고 싶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세상에서 살기 싫은 건 아마 나만은 아닐 텐데 말이다. 이것이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의 항변이라고 해도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 따위의 아파트 광고 카피가 나는 정말 싫다. / 소설가

원문 :

[백영옥의 '트렌드 샷'] 이 죽일 놈의 부동산
조선일보 2007. 1. 25.

2007/01/27 12:34 2007/01/2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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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따돌리는 사람들

Posted at 2007/01/27 12:08// Posted in 스크랩/칼럼
ⓒchosun

조선일보 2007. 1. 25. 타블로이드판 (클릭해서 보세요.)


2007/01/27 12:08 2007/01/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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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로 옷 고르기

Posted at 2007/01/25 22:10// Posted in 스크랩/칼럼
ⓒ 2007 Alex Darby

"Cloth" by Alex Darby 2007 UK


색깔로 옷 고르기

글 : 서정윤(시인)
발췌 : 교보생명 월간지 "다솜이" 中..생활에세이 편.


  요즘은 한 영화관에서 여러 편의 영화를 동시에 보여주니까 좋은 점이 많은것 같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 갔다. 아내는 멜로영화를 보러 들어가고, 나는 중국무협영화를 봤다. 그리고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 만났다. 휴대폰이 있으니 그것 또한 편리했다. 아내와 함께 점심을 먹고는 예정된 코스를 돌았다.

  아내는 백화점에 겨울옷을 봐 놓은 것이 있다며 나에게 봐달라고 했다.  내가 몇 번 옷을 골라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기에 이제는 아예 대놓고 옷을 사는데 나를 데리고 다닌다. 뭐, 감각이 있대나 어떻대나 하면서...,

  매장에 가서 봐 두었다는 옷을 입어 보았다. 갈색이었다.
  아내는 갈색을 좋아해서 유난히 갈색 옷이 많았다. 갈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물을 바위처럼 듬직한 모습으로 받아들여 사람들을 격려해준다. 진실한 정신이 행동의 지침으로 내가 먼저 행동하는 형이다. 위험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재능이 있고, 모든 일들을 질서정연하게 해치운다' 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옷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내는 얼른 내 표정을 이해하고는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다음에 고른 옷은 회색이었다. 회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물을 대할 때 신중하고 항상 성실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분별력이 있어 세련된 성격이다. 늘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성격' 이라고 한다.
 
  나는 아내에게 좀 밝은 색의 옷을 권해보았다. 빨간색의 옷을 집어 들자 아내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관심사에 대해 종종 고민하는 일없이 과감하게 덤벼든다. 사업의욕도 왕성하다. 또, 눈에 띄는 특징으로서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조금이라도 잘못되는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나 세상 탓으로 돌려버린다. 생활은 자극적인 행복감을 원하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뭔가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으니 상당한 자제가 필요하다.

  빨간색은 확실히 체력, 건강, 생명력을 상징하는 색이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외향적이고 적극적, 정력적, 충동적인데,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 사람도 빨간색을 좋아 한다. 게다가 야심적인 성격도 있어서 가끔 앞뒤 안 가리고 행동을 하는 일도 있다. 사람들을 비난하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를 잘한다. 아내는 그러한 빨간색이 싫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빨간색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읽어주었다.

'빨간색이 싫다면 꽤나 통속적이고 욕구불만에 찬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과거에 어느정도 좌절했던 경험이 있고, 항상 모든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그 한이 쌓여 곧잘 성을 내곤 한다. 결국 생명력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심신이 모두 피로에 지쳤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아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내가 가진 프린트 물을 넘겨보았다. 나는 내친김에 그 다음에 있는 핑크색도 읽어주었다. 매장의 점원 아가씨가 웃으며 우리쪽을 돌아보았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타입은 대부분 딜레탕트(아마추어 평론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충분한 교육을 받았으며 유복하게 생활한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부드러우며 인품이 좋다. 짙은 핑크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과 비슷해서 열정적이고 강렬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감정으로 친구를 배제하는 일은 없으며 넓은 도량과 진심으로 다독거리며 이해해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상처받기 쉬운 타입이다. 아울러 핑크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지켜주기를 바라는 의타심이 강하며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어한다. 적극적으로 애정을 요구하며, 자신이 세밀하고 상처받기 쉬우며 다치기 쉬운 사람이라고 남들이 봐주길 바란다.'

  이제 아내는 옷 고르는 것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어진 것 같았다. 나는 프린트 종이를 접어넣으며 아내애게 다음 옷을 고르라고 했다. 아내는 내가 그러니까 더 못 고르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린색은 조화와 균형을 상징하는 색으로 희망, 회복, 평화를 나타내며 기품있고 성실한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린을 좋아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솔직하고 사회의식이 있으며 도덕심이 풍부해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벗어나지 않는다.

  약간 말이 많은 단점도 있으나 그들은 꽤나 사교적이고 군집성이 있는데 사실은 농촌의 조용함과 평화 쪽을 더욱 사랑한다. 하지만 그린색의 단점은 색이 잘 바란다는 것이다. 조금만 입으면 색이 바라져서 헌옷처럼 되어버린다.

  결국 우리는 옷을 고르지 못했다. 옷을 살때는 색상과 디자인 그리고 실용성까지 모두 봐야 하는데 색상만 가지고 따지고 있으니 어찌 좋은 옷을 고를 수가 있겠는가. 옷은 한마디로 한눈에 확 들어와야 한다. 부드러운 가운데 눈에 띄는 옷이 정말 좋은 옷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내에게, 다음에는 반드시 좋은 옷을 골라주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그날의 위기를 모면했다.
2007/01/25 22:10 2007/01/2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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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관리자로 살아간다는 것

Posted at 2006/08/05 16:29// Posted in 스크랩/칼럼
IT관리자로 살아간다는 것 

-정조균 (bugatti@dreamwiz.com)  

유태인들은 자식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 유능한 관리자라면 구성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지원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을 강요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따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구성원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직장생활 11년차인 필자는 그동안 3곳의 직장을 거쳤다. 이 가운데 8년은 관리자 역할을 했고 지금은 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생활하고 있다. 처음 팀장 직함을 갖게 된 것은 만으로 서른이 되기 전 매우 우연하게 맡게 된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어떤 때는 ‘학창시절에 반장이라도 한 번쯤 해 봤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역할에 맞춰 변한다. 기업마다 문화와 환경이 다르므로 개인적인 경험이 얼마나 유용할지는 알 수 없으나 필자의 시행착오 경험담을 통해 프로그래머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차별화된 자신감
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 중의 하나가 자신감이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몸도 약했고,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했다. 쉽게 말해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관리자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직이란 2~3명만 돼도 그들 중 한 명에 의해 이끌려 움직인다. 많은 사람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사람들은 누구나 다 숨겨진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 중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팀원이 있었다. 이 팀원은 숨겨진 자신의 재능을 표현하지 못하고 회사의 디자인 탬플릿에 맞춰 작업을 하곤 했다. 대부분 선임 디자이너들이 일을 분배하다 보니 신입 디자이너는 자신의 캐릭터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문제는 어떤 프로젝트에 디자인을 입혀도 항상 패턴이 같았다는 점이다. UI의 일관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지만 디자인의 발전을 꾀하기 어려워 자칫 유행에 뒤떨어질 위험도 있다. 특히 필자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 중에서 메신저 서비스는 이러한 회사의 패턴과 사용자 층이 다른 서비스였다. 이를 기존의 디자인 패턴에 맞추면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자는 메신저 새 버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디자이너들에게 각자의 독특한 시안을 만들도록 주문했다. 그 결과 신입 디자이너의 독특한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었고 필자는 선임 디자이너와 상의해서 그 시안을 적극 지원하도록 했다. 선임 디자이너가 난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는 대화를 통해서 풀 수 있었다.

지금도 회사의 메인 디자인 탬플릿은 유지하지만 특정 서비스에 이 신입 디자이너가 작업한 내용이 반영되어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가 회사 업무에 적극 반영되고 난 후부터 태도가 확연히 변했고 아마도 이후에 디자인 팀장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
필자가 처음 관리자 역할을 맡았던 것은 프로젝트 매니저였다. 처음에는 웹 게시판 관련 프로젝트를 혼자서 진행하다가 1명의 팀원을 두게 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조직이라기보다는 동료와 함께 일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점점 커지고 본격적인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동안 한 분야에만 전문적이었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을 조율하다보면 말이 통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필자는 유닉스 기반 개발자였는데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윈도우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 윈도우 개발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니 의사소통은 물론 개발 일정을 정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제대로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려면 팀원들의 전문 분야까지도 대략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필자는 이를 위해 다양한 전문잡지를 구독하거나 관련 뉴스그룹에 꾸준히 참여하는 방법을 썼다. 요즘은 다양한 개발자 포럼들이 있으니 여기에 참여하는 방법도 좋다.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에 책을 통하는 방법은 다소 느린 느낌이 있으나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서적도 좋은 대안이다. 그러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상의 정보를 빠르게 접하는 방법은 인터넷 개발자 포럼이 가장 유용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이런 정보들을 얻는다면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필자는 새로운 정보를 얻을 때마다 이를 스크랩하는 습관이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 문서를 프린트해 바인더에 보관했는데, 문서관리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DB를 구축한 후 컴퓨터로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능력이 된다면 그런 프로그램을 취향에 맞게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팀원 입장에서 사고하라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하다 보면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팀 작업에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필자가 맡고 있는 팀에는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시스템 엔지니어, 기획업무 등을 담당하는 팀원들이 같이 일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디자이너와 의사소통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한 번은 디자이너들의 작업 일정을 정할 때 그들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정한 경우가 있었다. 몇 페이지 그리는데 대충 몇 시간이면 되겠지하는 어림 짐작이었다. 디자이너들은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에 따라 창의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을 해보고 싶은데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으니 결과물이 좋게 나올 수 없고, 팀장은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니 잔소리로 이어지고 …. 이런 것들이 쌓이면 당장은 표현하지 못해도 결국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지금의 직장으로 옮겨 오면서 제일 먼저 다짐했던 것이 디자이너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였다. 대개 디자인 파트에는 여성들이 많고 그들의 섬세한 부분들을 남성 관리자들이 잘 짚어주지 못하는 것은 자명했다. 필자는 새로운 직장으로 옮긴 이후 초기에 3명의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이들을 대표할 선임을 두어 가능하면 선임자를 통해서 디자이너를 대표하게 했다.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선임자에게 위임한 것이다. 결과는 디자이너들과 개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때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 필자가 배운 디자이너들과 원만하게 일을 해 가는 방법은업무의 진행에 있어서는 엄격함을 잃지 말고 그 외적인 부분에 있어 많은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이성간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벽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면 일을 훨씬 더 수월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성원들과의 단절감 극복
필자는 전산시설을 같이 관리하고 있는데, 대형 포탈사이트이다 보니 전산실의 규모가 커 창사 이래 거의 외부에 전산실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시스템 운영 인력도 외부 전산실에 나가 있다. 대개 전산실은 24시간 365일 무휴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업무 형태도 반복적이고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 지루하기 쉬운 업무다. 지금까지 5년 넘도록 운영하면서 가장 이직이 많았던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로 팀은 회사 안에 있는데 전산실 업무와 같이 파견 형태로 외부에 나가 있으면 의사소통의 단절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다. 정식 직원이면서도 마치 용역업체 파견사원과 같은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필자는 순환근무제를 도입하고 외부 교육 프로그램에 외근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했다. 또한 코어타임제를 적용해 교대 근무시간이 겹치고 최대한 근무자들끼리 접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순환근무는 운영파트 직원이 본사에 자주 나와서 일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회사 내 돌아가는 분위기도 익히고 다른 직원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다. 코어타임제는 교대 근무가 겹치는 시간을 정오부터 오후 6시 사이로 정하고 그 시간에는 가능한한 많은 운영파트 근무자들이 함께 근무하도록 한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 혼자서 전산실을 지킬 때보다 효율이 높아졌다.

시스템 운영자의 업무 중 특정 분야를 정해 주간 단위의 과제를 내서 팀원들이 스스로 업무뿐만 아니라 새롭게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도 도움이 됐다. 예를 들면 보안과 관련된 부분에서 최근 대두되고 있는 바이러스나 해킹 기법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하면, 이는 바이러스나 해킹에 대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운영자들의 지식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식으로 팀원들의 지식 향상과 서비스 운영에 도움이 되는 과제들을 찾아서 미션을 부여하면 팀원들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다.

업무에 있어서도 필자는 가능하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라고 주문했다. 운영실의 업무 자체가 반복적인 성향이 많다 보니 그런 새로운 시도가 더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전산실에 수백 대의 서버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 신규 서버를 투입하면 필자는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 한에서 가능한한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를 시도해 보라고 지시한다. 같은 방법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팀원들이 새로 배울 내용이 없으며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단순 반복 작업을 다시 한 번 하게 될 뿐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관리자 모두의 숙제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
조직에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특별하다. 이들은 조직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인력으로 팀원들을 통제하며 동시에 임원들을 설득하는 존재다. 다른 부서의 관리자들과의 적절한 협상도 이들의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을 주고받을 지에 대한 분명한 정의를 내려야 하며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때로는 상사들의 경영철학과 전략을 팀원들에게 심어주어야 하며, 잘못된 회사 정책들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생각을 경영진에게 피력할 필요도 있다.

꽤 오래된 일인데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있었다. 다른 부서에서 제안한 A라는 프로젝트와 필자가 제안한 B라는 프로젝트를 놓고 임원진과 팀장들이 모두 모여 투표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B라는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꼭 채택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선택이 되지 못했고 1년이 지난 후에 우리는 지난 결정에 대해 후회를 해야만 했다.

당시 B 프로젝트는 필자 개인의 의견뿐만 아니라 팀 구성원들의 공통된 동의로 발의된 프로젝트였고, A 프로젝트에 비해 훨씬 성공 가능성이 컸지만 의사결정 단계에 가서 임원들과 타부서 팀장들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 단순히 백그라운드 데이터와 시장성만 입증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고 결과는 참담했다. 팀원들의 사기는 곤두박질쳐 여파가 꽤 오래 지속됐으며 A 프로젝트의 실패로 회사의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준 뼈아픈 기억이었다.

가장 강력한 추진력은 비전
필자는 신입직원을 채용할 때마다 꼭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이렇게 만났지만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우리 헤어질 때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다소 상투적으로 들리지만 한 번 만난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헤어진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팀원들의 이직을 많이 경험한다. 요즘 신세대들 중에는 다양한 직장 경험이 경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듯하다. 물론 전혀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이전 직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이직을 했을 때가 가장 좋은 경력이 된다.

관리자 입장에서 보면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 나가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 이직을 하면 조직과 프로젝트에 큰 손실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평소에 팀원들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비전을 주고 희망적인 메시지들을 항상 전달해야 한다.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조직의 방향에 맞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관리자의 몫이다. 실제로 필자는 그동안 떠나 보낸 팀원들을 잡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그들에게 충분한 비전과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트랜드에 대한 관심
마지막으로 IT 기업에서 관리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항상 새로운 트랜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직을 관리한다는 것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호기심까지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리더는 새로운 트랜드를 수용해 향후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IT 관련 뉴스에 항상 관심을 갖고 개발자 포럼 등에 참석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관리자끼리 모이는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석하고,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세미나 등에도 참석하기를 권한다.

바쁜 업무에 쫓기다 보면 자칫 새로운 트랜드에 대한 관심을 두기 어려울 수 있으나 IT 기업 관리자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타격이다. 새로운 기술과 정보의 부재는 관리자의 방향 설정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요즘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생겼다. 스마트폰에 대한 얘기가 나온지는 좀 됐지만 이제 어느 정도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사회 인프라가 발전된 것 같다. 즉 시장성이 있을 것 같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팜 PDA 마니아였으나 요즘은 PPC로 전향을 해서 모바일 쪽과의 접목된 분야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 관련 분야의 CTO 모임이 있는데, 이 모임에는 개발팀장, 기술담당 이사 등 개발 쪽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 일정 기간에 한 번 정도 모임을 갖고 있다. 벤처 붐이 일었을 적에 만들어진 모임인데 몇 년 지났어도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개발자 출신이지만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보니 필자가 미처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 때로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자리가 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알고 지내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maso]
2006/08/05 16:29 2006/08/0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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